어느 40대의 고백,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내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맘대로할 수 없는 아내의 남편입니다. 명세서만 적힌 돈 없는 월급 봉투를 아내에게 내밀며 내 능력 부족으로 당신을 고생시킨다고. 말하며 겸연쩍어하는 아내의 무능력한 남편입니다.
세 아이의 엄마로 힘들어하는
나는 내가 아닙니다.
막내는 눈 높이에 맞춰 놀이 동산도 가고. 큰놈들 학교 수행평가를 위해 자료도 찾고. 답사도 가야합니다. 내 늘어진 어깨에 매달린 무거운 아이들. 유치원비 학원비가 나를 옥죄어 와서
생일날 케이크 하나 꽃 한 송이 챙겨주지 못하고, 초코파이에 쓰다만 몽땅 초에 촛불을 켜고, 박수만 크게 치는 아빠, 나는 그들을 위해 사는 아빠입니다.
어머님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어머님의 불효자식입니다. 시골에 홀로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장거리 전화 한 통화에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불쌍한 아들입니다. 가까이 모시지 못하면서도
그 옛날 기름진 텃밭이 무성한 잡초밭으로 변해 기력 쇠하신 당신 모습을 느끼며. 주말 한번 찾아 뵙는 것도 가족 눈치 먼저 살펴야 하는 나는 당신 얼굴 주름살만 늘게 하는 어머님의 못난 아들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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